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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답게,

한번 잡으면 손에서 책을 놓기 힘들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해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마음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마음에 와닿고, 공감이 된다.

 

귀여운 딸이 수영장 사고로 뇌사 상태에 이르지만,

잡은 손이 잠시나마 움찔한 것을 보고,

부모는 혹시 아직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아이 아빠의 회사가 인간의 장애 극복을 위해

뇌를 보조해주는 첨단 신경기술을 연구하는 회사이고,

마침 인공심장 기술을 연구중이어서,

한가닥 희망 속에 아이에게 이 기술을 적용해 본다.

특별한 수술 없이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지라,

아이는 뇌사임에도 불구하고,

인공호흡기나 삽관 기기 없이도 생활이 가능해진다.

뇌를 제외한 다른 기관들이 모두 대체로 정상작동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는 자라기까지 하고,

겉으로 봐서는 정상적인 아이가 잠이 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살아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오히려 갈등 속에서 마음의 응어리사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비로소 아이를 떠나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또한, 평소 착한 마음을 가졌던 아이였기에

분명 아이도 동의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이의 장기 기증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기증된 장기는

죽을 위험에 처한 다른 아이를 살리게 된다.

 

아이의 뇌사와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이 주된 내용이지만,

그 안에 불륜과 같은 주변적인 재미가 양념처럼 곁들여진다.

하지만 그로 인한 큰 비극은 일어나지 않고,

결국에는 따뜻한 결말로 이어진다.

 

이 이야기에는, 특별히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나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등장인물 각각이 나름 멋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끼리 갈등을 겪고 화해를 하고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는 장면들이

긴박하고 재밌지만 한편으로 아름답다.

결국 인생의 값지고 재밌는 이야기들은,

이런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요즘 연구되는 첨단기술이

인간의 장애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연결되면

따뜻한 인간애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평소 잘 모르던 뇌사나 죽음의 의학적 의미,

죽음의 판정 기준 등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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