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가 톱니바퀴를 가지고 컴퓨터를 만든다고 하면, 어떻게 들릴까?
오늘날 컴퓨터라고 하면, 반도체를 이용하여 갖가기 회로를 만들고 이어붙여서
전기를 통해 구동하는 장치를 당연스레 떠올린다.
하지만, 전기가 없고 반도체도 아직 없던 시절에 고안된 컴퓨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실제로 이 문제에 도전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영국의 과학자 찰스 배비지이다.
그는 당시에 사용되던 자카드 직기에서 영감을 얻어,
저장장치, 데이터 전송장치, 계산장치, 명령카드 등으로 구성된 장치를 고안한다.
'해석기관'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장치는, 오늘날의 컴퓨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장치들은 당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로 구현되어야 하였으므로,
모든 것이 톱니바퀴와 막대 등을 응용하여 설계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계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무거워져서,
인간의 힘으로는 말 그대로 기계를 돌릴 수 없어서 증기기관을 이용하게 된다.
그의 또다른 발명품인 차분기관과 함께,
인간 대신 계산이 가능한 컴퓨터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애석하게도 완성을 보지는 못하였다.
개발 도중에도, 마치 무어의 법칙처럼
더 적은 부속으로 더 간단하고 빠르게 구현할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서,
이전 제품개발을 멈추고, 새로운 개발을 다시 시작하곤 하였다.
당시의 사람들 중에, 이런 배비지의 해석기관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에이다 러브레이스'이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딸이다.
유명한 문학가의 딸이었지만,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아 방탕하고 불행한 삶을 살까봐 염려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문학적인 성향을 철저히 억누르도록 하기 위해 수학만을 가르쳤고,
정말 엄격하게 훈육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수학을 가르친 사람은, 드모르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오거스터스 드모르간'이다.
하지만, 이런 어머니의 노력이 아버지의 유전적인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도박과 약물중독 등으로 고생하였고,
암으로 투병하다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그녀가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인정받게 된 계기는,
메나브레의 '해석기관개요'라는 논문을 번역하면서이다.
메나브레는 배비지의 해석기관에 대한 짧은 논문을 기술하였는데,
러브레이스는 번역본에 원문의 2.5배에 해당하는 주석을 붙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최초의 완전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배비지의 노트에도, 해석기관을 이용한 간단한 프로그램이 스케치되어 있었지만,
그 개념을 조합하여 루프(loop), 조건문(if~then),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
그리고 해석기관이 수치정보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정보들도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공로인 것이다.
이 책은, 결국 컴퓨터 역사에 있어서의 선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과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고, 아직 컴퓨터가 나오기 이전인 상황에서
마치 오늘날의 컴퓨터를 예측이라도 하듯이 개념을 만들어내고
심지어 직접 만들어보려 애쓰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만화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지적 만족감과 김동을 함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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